이지타이완 매거진, '이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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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순투 칼럼

흙 수저, 금 수저? 수저 계급론을 해석하는 새로운 관점

Dosuntu 2023. 11. 30.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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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pixabay

 


안녕하세요, 도순투 제이미입니다.

이 블로그의 원래 이름은 '도자기 스푼의 갭이어 탐구생활'이었어요.

당초 닉네임이 도자기 스푼이었고, 블로그 주소는 현재도 'gapsafari 갭사파리'로 시작하죠.

처음에 블로그 닉네임과 주소를 이렇게 설정한 이유에 대해 밝히는 글입니다.


 

티스토리에서 블로그를 열기 전에는 네이버블로그에서 글을 연재했습니다. 그러다 이사를 왔어요.

웹에 새 집을 장만하려니 사용승인을 받기 위해 도로명주소와 건축물대장에 기재할 건물의 명칭도 필요하고 건축주의 이름을 쓰는 란도 있더군요.

 

블로그 주소는 ‘gapsafari.tistroy.com’ 으로, 운영자 닉네임은 ‘도자기스푼’으로, 블로그 이름은 ‘도자기스푼의 갭이어 탐구생활’로 지었습니다. (지금은 도순투 제이미의 이지타이완 매거진, 이매진.)

 

다이아 수저나 금수저도 아니고 도자기 수저는 또 뭐여? 하고 궁금해하실 분들을 위해 본격적으로 글을 연재하기 전에 작명한 이유에 대해 밝히기 위해 이번 편을 기획했어요.

 

자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 흙수저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

금수저와 은수저.

잊혀질만하면 이따금씩 어디선가 들려오는 수저이야기. 

한국 사회의 편중된 부를 바라보는 시각이 수저에 투영된 채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죠.

 

처음에는 그냥 부유한 집의 자제들을 일컫는 말로서 금수저니 은수저니 하던 것이 시작이었는데요.

다른 한쪽끝에 있는 사람을 흙수저라고 부르더니 이제는 금수저보다도 더 나아간 다이아수저라는 용어까지 등장했으니 우리 한국사회에서 이 ‘수저계급론’은 지니계수와 같은 소득불평등 지수보다 더 사람들 피부에 와닿는 자조섞인 경제지표가 아닐까 합니다.

 

이런 사진이 돌아다니더군요.

출처 : google

 

다이아>금>은>동>놋>플라스틱>흙

 

저는 이 순서도를 보며 의아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순히 21세기 현재의 시점에서 화폐의 교환가치로 내림차순하면 저 순서가 맞지만,

이렇게 반박해볼 수도 있거든요.

 

  1. 우열을 가르는 기준점은 정하기 나름이다.
  2. 기술의 발전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면 순서는 뒤바뀐다.

먼저 누군가가 만든 잣대에 내가 곧이곧대로 수긍할 필요는 없다는 겁니다. 단위무게당 가격은 다이아가 동(구리)보다 높지만, 전선을 만드는데 필수인 구리대신에 다이아를 대신 넣을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목적에 따라 쓰임새가 다르기 때문에 가격과 가치를 구분할 필요가 있구요. 결국 ‘줄세우기’보다 의미있는 건 효용입니다. 

 

특히나 4차산업혁명 시대에 로봇, 자동차, 통신기기등 구리가 갈수록 그 몸값이 높아지면서  언젠가는 구리 원자재의 값이 다이아를 앞지르는 날도 오겠죠. 특히 인공 다이아인 ‘랩그로운 다이아’의 등장으로 저는 다이아 시장은 이미 끝났다고 보고 있어요.

 

이렇듯 영원한 순서라고 할 것은 없습니다. 물론 정신승리가 아니냐는 반문을 하실 수도 있겠고, 위 수저계급론을 아무리 반박한다고 한들 당장에 내 통장잔고 끝에 0이 하나 더붙거나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지만 굳이 저 틀에 맞춰 자조할 필요는 없다는겁니다.

 

인류사회에서 소득차에 따른 계급은 늘 있어왔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득이 완전히 평등하기란 불가능한 일이며, 비슷한 수준 내에서도 끊임없이 계급을 세분화하려는 노력은 인간의 본성이니까요.

 

그냥 무시하거나 신경을 끄면 됩니다. 

혹은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지, 제안 하나 할게요.

지금부터 흙수저를 바라보는 관점을 새롭게 디자인해드리겠습니다.


#. 내가 너보다 더 먼저야

 

하도 언론에서 ‘흙수저’를 부정적인 뉘앙스로 언급해서 흙의 가치가 저평가 됐는데요,

앞서말한 ‘가치를 나누는 기준점’을 화폐의 교환가치가 아닌 인류역사의 정통성에서 찾아보겠습니다.

 

다이아의 역사는 끽해야 기원전 800년부터 셈하지만, 금의 역사는 기원전 5천년~6천년경이고,

동은 금보다 더 우선해서 사용됐으며, 동보다 더 오래된게 바로 흙입니다. 인류가 제일 처음 사용했던 그릇, 바로 토기지요.

 

‘역사의 짬바’로 보면 흙>동>금>다이아가 되는데요, 가끔 술자리에서 성난 목소리로 ‘니 몇살이고’를 외치는 분들은 아실 겁니다. 좀 더 오래된, 시간의 세례를 받은 역사성이야말로 인류문화에서 더 높이사는 가치라는 것을요. 이제 어디에서 누군가 비난이나 자조할 목적으로 흙수저를 사용하는 사람을 발견한다면 조곤조곤 흙의 인류문화적 가치에 대해 언급하면서 수저계급론은 무의미하다고 주장해주시기 바랍니다. (ㅋㅋ).


서론이 좀 길었는데요, 사실은 이 흙수저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었습니다.

흙에 강한 불을 쬐면 도자기가 됩니다. 흙수저 인생도 강한 시련을 만나면 도자기 인생이 될 수 있습니다.

도자기 인생, 그게 뭔데? 조금 더 풀어서 설명해볼게요.

 

분채황지팔괘여의전심투병

 

인류가 수렵과 채집을 벗어나 농경사회로 접어든 후, 생산량이 늘어나 잉여 생산물을 저장하기 위해 담을 그릇이 필요했습니다. 인간이 밟고 살아가는 땅에서 나오는 흙을 빚어 그릇 비슷한 흉내를 냈던 것이 시작이었겠죠. 흙을 빚어서 말리면 어느정도 단단해지겠지만 그릇으로서 기능하기에는 역부족이라, 여기에 불을 가열해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방법을 고안해냈고, 이게 바로 토기의 시작입니다.

 

굽다보니 일상적인 그릇으로서의 실용성은 충족됐으나, 예쁘지가 않은거죠. 예술성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더 고온에서 토기를 구워내고, 더 화려한 유약을 발라 탄생한 것이 바로 도자기의 발전과정입니다.

 

참고로 1,000도 이하에서 구우면 도기라 칭하고, 1,300도 이상의 고온에서 구우면 자기라고 하는데요. 도기보다 자기를 더 높게 평가하는 이유는 고온을 낼 수 있는 가마가 필요했고, 고온속에서도 깨지지 않게 굽는 것도 어렵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토기에서 도기로, 도기에서 자기로 옮겨갈 수 있던 것은 기술과 예술의 발전 덕분이죠.


#. 만나기 싫었지만, 역경 네가 있었기 때문에

 

명 성화제 투채계향배

 

대만의 국립고궁박물원의 소장품 중에는 자그마한 술잔 하나일 뿐인데 그 가격이 자그마치 380억에 달하는 도자기가 있습니다. 황제가 사용했던 술잔이기도 하지만, 투채기법을 입힌 도자기라 만들고 싶어도 아무나 만들 수 없는 도자기이거든요.

 

흙의 입장에서 보면 1,000도를 넘는 고온 속에서 견디는 것이 굉장히 큰 시련과 고난, 역경일 거에요. 얼마나 뜨겁겠어요. 그런데 그 과정을 견디면 그 자체로서 너무 아름답고 효용도 뛰어난 도자기로 거듭나게 되죠.

 

여기에서 주목할 점이 있습니다.

‘흙이 고온이라는 역경을 견디면 도자기가 된다.’라는 문장을 선후관계로 보아 ‘고생 끝에 봄이 온다’로 해석해도 좋지만, 저는 이걸 인과관계로 보아 ‘고생을 했기 때문에 더 나은 결과를 맞이할 수 있다.’로 해석하고 싶습니다.

 

누구나 인생에서 한 번쯤은 바닥을 경험해보는 일이 있을 겁니다. 저한테도 그런 시기가 찾아왔었고, 지금은 그 터널의 끝에서 도약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인생에서 정말 큰 변화가 생기거나 더 크게 발전하기 전에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고난이 찾아온다고 하는데요, 저는 아직 대단한 업적을 이뤘거나 큰 성과를 낸 건 아니지만 이런 마음을 먹고 있습니다.

 

‘내가 훗날 원하는 위치에 서게 되더라도 지금의 이 힘들었던 시기를 절대 잊지 않을거고, 암흑의 터널을 지나고 있을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인생을 살겠다.’


그래서 이 블로그를 열었습니다.

 

직장을 그만두고 쉬고 있거나,

앞으로 뭘하고 살면 좋을지 막막하거나,

모종의 이유로 처한 현실에 가슴은 답답한데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겠을 때, 제 글을 보러 오세요. 

 

숨통을 트이는데 작은 보탬이 될만한 관점을 선물하고,

제 스스로가 갭 이어(gap year)를 돌파해나가는(safari) 과정을 담은 생생한 경험을 들려드리겠습니다.

흙수저라 여기던 당신이 지금의 고난을 이겨내고 아름답고 고유한 당신만의 도자기 수저가 되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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