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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유예賞賜有禮, 청清 황제의 선물엔 무엇이 있었을까 :: 대만고궁박물관 특별전 본문

고궁박물관 전시소식

상사유예賞賜有禮, 청清 황제의 선물엔 무엇이 있었을까 :: 대만고궁박물관 특별전

Dosuntu 2025. 5. 3.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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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제목 : 상사유예賞賜有禮

부제 : 청나라 문헌 속 황제의 선물

전시실 : 대만국립고궁박물원 북부본원 103호 전시실

전시기간 : 2025.03.22-06.08


안녕하세요 :) 대만국립고궁박물관 전문, 이지타이완의 정윤재 대표입니다. 이번 특별전은 '선물'과 관련된 이야기인데요. 누구나 다 평소에도 접해왔던 '선물膳物', 저는 이렇게 정의 내리고 싶습니다. '특별한 관계를 맺기 위해 오가는 재화財貨나 서비스'.

 

같은 물건이라도 내가 스스로 구매하면 '상품'이 되고, 누군가가 나를 위해 사다 주면 '선물'이 됩니다. 상품이 구매자와 판매자 사이의 일회성 상행위라면 선물은 주는이와 받는이 사이의 '관계'를 형성하고, 상대가 다시 선물을 하게 되면 선물은 교환의 성격을 갖기에 양자간에 관계를 더욱 돈독히 만들어주는 촉매제가 되기도 합니다.

 

언젠가부터 카카오톡에서 지인들의 생일을 알려주는 서비스가 등장해 생일 축하한다는 말 한마디만 하기에는 머쓱하기도 합니다. 가벼운 기프티콘 하나라도 같이 보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죠. 그런데 이 선물이라는 게 참 간단하게만 여길 대상이 아닙니다. 선물을 할지 말지, 한다면 누구에게 무엇을 할지, 선물의 의미를 그 가격에서 찾을지 가치에서 찾을지 등의 문제가 있습니다. 

 

그래서, 선물이란 '누가 누구에게 무엇을 언제 어떻게 왜' 전달하는지 파악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이번 특별전의 제목은 '상사유예 賞賜有'인데요. '상줄 상, 줄 사, 있을 유, 예도 례', 즉 상을 하사할 때는 저마다 일정한 법도가 있다는 겁니다. 전시 살펴보겠습니다.


1. 선물의 유래 禮何處來

 

 

우선 옛사람들이 '예禮'에 대해 어떤 관념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파악해 보겠습니다. 이를 알 수 있는 중요한 책이 있습니다. 바로 '사서삼경' 또는 '사서오경'인데요. 현대사회에서는 학문분과가 다양해진 만큼 대학교에서 배우는 전공도 다변화됐지만, 근대 이전인 근세까지만 해도 선비들이 필수로 독서하는 책은 이 사서삼경이었습니다.

 

사서四書는 논어, 맹자, 대학, 중용을 말하며, 삼경三經은 시경, 서경, 역경을 말합니다. 여기에 춘추春秋와 예기禮記를 더해 오경이라고 부르며, 사서와 오경을 합쳐 사서오경이라 합니다. 책의 가르침을 통해 인륜, 예절, 도덕을 배우고, 이 책은 사회 지도자로서, 국가를 운영하는 통치자로서의 덕목을 알려준다고 여겼기에 과거 시험의 과목이기도 했습니다.

 

예기의 `곡례曲禮 상편'에는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예상왕래禮尙往來인데 왕이불래往而不來면 비예야非禮也 』. "예라는 것은 상호 오감이 있어야 하는 법인데, 그렇지 않으면 예가 아니다." 친구가 기프티콘으로 축하를 해왔으면, 나도 다음에 뭐라도 한 가지는 보내면서 축하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

 

그렇다면 예전에는 어떤 물건들이 선물로서 역할했을까요?

박물관 3층 청동기 전시관(305호)에 보면 주周시대에 천자가 제후들에게 토지, 수레, 의복, 옥, 비단, 병기, 음식 등을 하사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품목들은 모두가 증여자와 수증자의 권력을 나타내기도 하며, 실리를 교환하는 수단과 목적으로도 활용됐습니다.

 

대청태종문황제실록(大清太宗文皇帝實錄) 소형 붉은 비단 장정 판본 故官001584-001589

 

위 사료에는 재미난 기록이 나오는데요. 후금의 2대 칸이자 청태종인 홍타이지가 황후의 어머니(즉 장모님)와 주고받은 선물 목록이 나오는데, '대비는 담비 모피, 담비 털모자, 금불정(金佛頂) 장식이 있는 담비 가죽 관모, 금으로 장식한 가죽띠, 손수건, 예복 전 구성품 세트, 가죽 장화, 금불정 장식이 있는 여름 관모 등 풍성한 예물을 가지고 왔다.'라고 나옵니다.

 

여러분들은 '초피'라는 단어를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초피貂皮는 곧 담비의 모피를 말합니다. 담비는 이렇게 생겼어요.

 

이 귀여운 생물체의 가죽이 전근대시기 굉장한 인기를 얻었는데요. 당시 만주일대에서는 세 가지 보물(滿洲三寶)이 있었는데, 바로인삼人蔘, 동주東珠, 초피貂皮입니다. 동주는 박물관을 다녀가신 분들이라면 익숙하실 겁니다. 북부본원 1층 106호에 전시된 청 강희제의 동주조주(동주로 만든 목걸이)가 전시돼 있죠.

 

조선에서도 담비로 만든 옷은 '정 3품 이상'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었다고 하는데요. 성종실록에 재미난 기록이 있습니다.

"부녀婦女들도 모두 초구貂裘(갖옷,가죽으로 만든 고급 의류)를 입는가 하면 이것이 없으면 다른 사람과 모이기를 부끄럽게 여겨, 수십 명의 부녀들의 모임에는 한 사람도 입지 않은 자가 없습니다." 

- 『성종실록』 권57, 성종 6년 7월 14일 신유 2번째기사 -

 

담비가격이 치솟자 담비 한 마리의 가격이 면포 60 필에 해당했고, 시대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면포 1 필의 가격이 쌀 4~5말이었는데 쌀 한 말이 약 16kg에 해당하므로 담비 1마리의 가치는 쌀로 환산하면 60*4.5*16kg=4,320kg입니다. 쌀 1포대 20kg의 가격을 현재 5만 원으로 잡아도 담비 한 마리가 한화로 1천만 원이 넘었던 것이죠. 모피 코트라도 한 벌 만들려면 안감에 들어가는 모피를 위해서 담비 십 수마리는 족히 필요했을 겁니다. 몽클레어 패딩 한 벌 가격이 4~5백만 원 선이니, 초피가 그때 당시 얼마나 큰 사치품이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국조궁사(國朝宮史), 청 우민중(于敏中) 등이 어명을 받아 편찬. 청 건륭34년(1769) 내부(內府)에서 펴낸 붉은 선 격자가 있는 필사본 故觀003449

 

다른 하사품도 추가로 보시겠습니다. 궁중 각처에서 포상이 이루어질 경우 이를 담당하는 자는 반드시 즉시 기록을 남겨야 하며, 수혜자의 이름과 시점을 명확히 기재해야 했습니다. 만약 기재 내용이 사실과 다를 경우, 엄중하게 처벌하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건륭제 통치시기 대학사에게 하사된 포상품에는 "여의如意 한 자루, 영주寧紬 비단 한 필, 차 한 병"이 있었는데요. 역시 106호에서 약 네 점정도 전시하고 있는 '여의'를 아무리 봐도 저게 대체 뭐 하는데 썼던 물건이고 왜 의미 부여를 했을까, 싶지만 국가의 최고 권력자로부터 받는 선물에 포함될 만큼 길상吉祥 물건 중에서는 최고급 물건이었던 셈입니다. 요즘으로 치면 실적이 뛰어난 직원이 기업 오너로부터 자가용 한 대를 선물 받는 모습을 생각해 보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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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비물질적인 하사, '승진과 연봉인상'  升職加薪

 

황제의 하사는 단순히 물질적인 것에만 국한되지 않았는데요. 승진이라는 제도를 통해 직위와 명성을 높이거나, 칭호를 수여하거나, 사후에 작위를 내리는 등의 비물질적인 포상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입궁할 때 입는 '출근룩'인 관복에 장식하는 물건들인 관모나 관모에 달린 깃털 장식의 장신구 등도 있어 명예를 하사하고 신하들의 충성심을 끌어올렸음을 알 수 있습니다.

 

광서연간 종이 재질의 공훈패. 청 광서11년11월23일(1885-12-31).대만국립역사박물관 소장.

 

이 공훈 패는 당시 운남雲南성의 관료 진원陳元이란 사람이 주둔지에서 공을 세운 것을 인정받아, 광서 황제로부터 관모 장식인 팔품정대八品頂戴를 하사 받고, 동시에 격려의 의미로 공훈패도 함께 받은 겁니다. 공훈패는 일종의 명예로운 표식으로서, 대개 관직 승진이나 은전 지급 등과 함께 이루어졌기 때문에 현대사회랑 비교해 보면 승진과 더불어 상여금까지 같이 받은 셈입니다.

 

여기에서 정대頂戴란 관정冠頂이라고도 하는데요, 관복을 입을 때 쓰는 모자 최상단부에 꽂는 장신구를 말합니다. 계급에 따라 쓸 수 있는 보석의 종류가 달라졌어요.

수정과 청금석등을 재료로 만들어진 관정(모자 장신구).

 

관정 외에 관모를 구성하는 또 다른 요소들이 있습니다. 약 6~7cm가량의 '영관翎管'이라고 불렸던 대롱모양 장신구인데요. 먼저 그림자료 보시겠습니다.

 

그림에 보시면 모자 끝에 기다란 깃털(B)이 달려있고, 그 깃털 상단부를 묶어주는 물건(A), 그리고 모자 꼭대기에는 방금 언급했던 관정이 달려있습니다. 저 깃털장식을 영자翎子라고 합니다. 깃 령翎이라는 글자인데, 영자는 황제가 고위직 관료들 혹은 공이 있는 관료들에게만 하사했던 물건입니다. 역시 여기에도 '급'이 나뉘는데요. 남령藍翎과 화령花翎 두 종류로 나뉘는데, 남령은 갈색귀꿩의 깃털로 만들어지며, 주로 6품 이하의 낮은 품계의 관리나 근위병에게 하사됩니다. 반면, 화령은 5품 이상의 고위 관리나 용맹한 업적을 세운 무장에게 하사되는 깃털로서, 공작의 깃털에서 채취했기 때문에 공작령孔雀翎이라고도 불립니다. 위 그림에는 공작눈이 하나가 보이는데 '단안單眼‘이라고 하며, 눈 개수가 많을수록 공이 크다는 뜻입니다. 다음 그림에서 공작눈의 개수를 확인해 보겠습니다.

건륭제의 모습. 공작의 눈이 두 개 내지 세 개가 보인다.

 

 

그런데 깃털이다 보니 위에를 한 번 묶어줄 필요가 있었는데, 이 물건의 이름이 영관翎管입니다. 다양한 재질로 만든 영관들을 이번 특별전뿐 아니라 106호에서도 함께 보실 수 있습니다. 이렇게 공작 깃이나, 법랑재질로 만든 코담뱃병, 거북이 등껍데기로 만든 부싯돌 주머니, 극식克食(궁중에서 황제가 먹는 음식)등을 하사하였다고 사료에 나와있습니다.

 

청나라를 배경으로 한 사극에서는 관료가 잘못을 저질러 관직을 잃게 되는 경우 황제가 ‘정대와 화령’을 빼앗는 것을 통해 벌을 내리는 장면이 자주 등장합니다. 요즘으로 치면 직위해제나 계급강등, 혹은 감봉제도로 볼 수 있겠습니다.

 


3. 그 밖의 하사품

 

또한 당시 귀족사회의 풍속을 알 수 있는 물건도 있는데요. 바로 코담배병입니다. 사진 속 유물은 법랑채 기법이 쓰였는데, 법랑이란 구리 바탕 위에 유리질의 유약을 칠한 것으로서 청 강희연간에 서역에서 수입해 온 기술입니다. 고궁박물관에는 로코코 Rococo풍의 소장품을 3층 300호 기획전시실에서 만나보실 수 있는데, 여기에는 유럽풍의 더욱 화려한 코담배병도 함께 보실 수 있으니 비교해서 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또한, 1층 106호 전시실과 3층 306호 전시실에서 많이 등장하는 '반지' 또한 보실 수 있습니다. 활쏘기용 반지인데, 굵기가 상당합니다.

 


지금까지 청清朝의 다양한 하사품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현대사회와 비교해 다양한 관계에서 행해지는 선물을 주고받는 행위의 의미를 생각하며 보시면 더욱 흥미롭게 관람할 수 있는 전시였습니다. 해설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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